물고기를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물고기를 먹는 것은 덜 미안한 일인가

‘바다 고양이’ 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바다 표범, 바다 사자, 바다 코끼리는 들어봤는데 바다 고양이는 또 뭔가?’하고 물음표를 띄우신 분 들은 웃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답은 생선의 새로운 말. ‘바다 속 물고기들을 이 깜찍한 이름으로 부른다면 입 속으로 넣기 전에 한 번쯤은 더 생각하게 될까?’라는 발상에서 나왔습니다. 어떠세요?  

글 이향재



현대인이 꼭 챙겨먹어야 할 오메가3가 풍부하다는 등푸른 생선은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먹어야 한다는 ‘건강상식’이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이야기 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영국 정부가 자국의 어업과 양식업을 키우고 지켜내기 위해 만들어 세계 각국에 ‘전파’한 건강상식이란 걸 아는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를 먹는 건 좀 트렌드에 뒤떨어지는 것 같지만 생선을 먹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 꼭 지켜야 할 수칙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아니, 비싼 스시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입안에 침을 만들며 미각의 호사에 뿌듯해 하는 자칭 식도락가 또는 미식가들도 있을 것이다. 스시를 입에 넣기 전에 이 살 한 점을 주고 떠난 물고기의 고통을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물고기도 사람이나 짐승처럼 고통을 알고 느끼며 공포 속에서 죽어갔을 것이라는 걸. 또한 그들 중 대부분은 대량 사육되는 소, 돼지, 닭들과 마찬가지로 제몸 한 바퀴도 돌릴 수 없는 좁고 불결한, 또는 항생제와 배설물이 섞인 수조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고 성장촉진제로 살진 몸을 내놓았다는 것을. 

낚시는 덜 비인간적인가
로버트 레드포드와 브래드 피트를 한번에 볼 수 있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에서 프라잉낚시는 가족간의 사랑과 우애를 확인하고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고급스런 가족문화처럼 묘사됐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의 시각에서 볼 때는 그럴 것이다. 그러나 눈이든 아가미든 살점이든 바늘에 꿰어진 채로 허공에 휘둘리는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의 시간일 것이다. 요즘 일부 '양식 있는' 낚시꾼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물고기 칠종칠금 '캐치 앤 릴리즈'도 마찬가지다. 이미 엄청난 공포와 고통을 경험시킨 물고기를 풀어준다고 해서 그 생명들을 얼마간은 사랑하는 게 되는 걸까. 그래도 낚시는 모조리 싸그리 잡아 올리진 않으니 감사할밖에.


자연산을 부르짖으며 씨를 말린다
횟집 수족관에는 크기가 엄청난 도다리광어가 몸 여러 군데 상처가 난 채 바닥에 깔려 있고 옆 칸에는 어린아이 한 뼘도 안 되는 작은 오징어가 헤엄치고 있다. 없는 것은 억지로 키워서라도, 먹고 싶은 것은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새끼라도 잡아서 먹고야 마는 우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것들까지 싹쓸이하는 어업을 많은 나라에서 규제하고 있지만 허무하게 그물에 걸려 죽어가는 어종들은 너무도 많다. 대량 포획을 하는 어업에서는 같은 어종의 몸통을 미끼로 쓰는 게 일반화 돼 있다. 고등어를 잡기 위해선 고등어를 먹이로 유혹하고 꽁치는 꽁치를 먹이로 주는, 비윤리적인 일들이 오랫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작은 물고기들은 저보다 큰물고기의 식량이 되는 자연스런 먹이사슬 안에서 생태계가 유지돼야 한다. 그런데 인간이 먹이 사슬 사이에 끼어들어 필요에 따라 많은 물고기들을 한꺼번에 잡아버린다. 인간에 의해 망가진 피라미드는 어종의 수를 줄이고 개체수의 이상증식이나 멸종을 불러온다. 식용으로는 물론 산업용으로 게다가 보신용으로까지 갖가지 어류들을 잡아들인다. 
신비한 바다생물 해마의 경우를 보자. 식용, 산업용으로 쓸 다른 물고기를 잡다가 그물에 휩쓸려와 버려지는 것만으로도 개체수의 80%가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게다가 보신문화가 발달한 중화권 국가에서 근거도 없이 정력제와 난치병의 특효약으로 처방되어왔다. 엄청난 양의 말린 해마가 중국 전통약재나 가공상품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공장식 물고기 양식 
과연 우리가 그렇게 많은 생선을 꼭 먹어야 하는가? 게다가 지금처럼 흥청망청 낭비해가며 먹어야 하나? 양식 물고기를 사먹으면 남획으로 인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대부분의 양어장들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대형 양어장에서는 자연산 물고기들이 사료용으로 대량 소비되는데 연어 한 마리 양식에 그 다섯 배에 달하는 자연산 물고기가 사료로 사용된다. 때문에 바다 포유동물과 바닷새의 먹이가 고갈된다. 가두리 양식장의 물고기들은 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대량의 항생제가 투여돼 주변의 물이 오염되고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비일비재한, 양어장에서 탈출한 물고기와 자연 상태의 물고기 사이에서 수정된 새끼 물고기의 면역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여름철엔 수온 상승으로 집단 폐사도 일어나고 있고, 대량으로 양식하다 보니 항생제의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양식장에서는 주로 생사료를 먹이로 쓰는데, 멸치나 꽁치, 고등어 같은 생선을 사용하는 것이다. 물고기를 양식하기 위해 다른 물고기들이 소비되는 양이 상상 이상이다.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 보통 3마리에서 5마리의 생선을 먹이로 줘야 한다. 생사료는 배합사료에 비해 값도 싸고, 성장이 빠르지만, 먹고 남은 잔여물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양식장이 이대로 운영될 경우, 바다 생태계의 기능이 멈추고 결국 수자원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 있는 양식업자들이 사료는 잘 가라앉지 않게 만들고, 투여량 역시 컴퓨터로 조절하고 바다 아래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먹고 남은 사료가 없도록 관리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 될 수 없다.
마음껏, 배가 터질 것 같을 때까지 먹어야 흡족해 하는  우리의 식문화가 그 수요에 맞는 육류와 어류를 공급할 수 있는 대량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결국은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수요가 줄어들면 없으면 공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시장의 논리에서 벗어나는 산업은 없으니까.



미각의 오만이 생명을 말살한다
미식가들이 환장한다는 샥스핀(상어지느러미)을 얻기 위해 어부들은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자르고 몸통은 그냥 바다에 던져버린다. 물론 그 녀석은 출혈과다로 죽어버린다. 대부분 멸종어종으로 보호해야 할 상어들이고 몇몇 종을 제외하면 다들 덩치만 컸지 플랑크톤이나 먹고 사는 순한 녀석들이 더 많다. 샥스핀 어업으로 해마다 1억 마리 이상의 상어가 참혹한 죽음을 당하고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철갑상어를 잡아 캐비어(철갑상어알)을 빼내다 성에 안 찬 사람들은 오로지 캐비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그 녀석들을 키우지요. 카스피해의 철갑상어는 캐비어를 얻기 위해 남획되는 바람에 금세기에 들어 60% 이상 줄어들었다.

‘드디어’ 인간의 식탐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악마 버거’가 등장해 화제다. 미국 뉴욕의 '666버거 트럭’은 악마 콘셉트의 버거를 공개했는데, 악마의 발자국을 상징하는 오각형 별(펜타그램)을 찍고 가격도 666달러로 악마의 숫자로 맞췄다. 문제는 이 버거에 푸아그라와 캐비어, 샥스핀, 송로버섯 등 미식가들이 최고라고 꼽는 식재료들이 총망라 돼 있다는 것.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대하게 간을 키운 오리에게서 빼낸 푸아그라와 살아 있는 철갑상어에게서 강제로 짜낸 캐비어, 지느러미가 잘려나간 채 과다출혈로 죽어간 상어에게서 뺏은 샥스핀 등이다.

‘악마의 햄버거’가 상징하는 것이 악마 자체인지, 미각을 위해 다른 동물들을 무참하게 훼손시키고 학대하는 인간의 악마성을 풍자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이 뉴스를 보고 있노라니 옛날에 먹었던 생선의 비린내가 목을 오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