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어느 수의학도의 증언
- 2014-12-05 12:24:13
- 월간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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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731
그해 겨울, 어느 수의학도의 증언
이 이야기는 실화다. 2008년 어느 날, 10년 만에 고해성사하듯 뱉어난 그의 증언은 참혹 그 자체였다. 그대 아는가. 말썽꾸러기라 가장 많이 버림받는 ‘비글’이 사실 사람을 아주 좋아하고 순수도가 높아 실험실에서 가장 사랑받는 강아지라는 사실을.
글_ ID 겨울
외과 실습시간. 실습은 무조건 수술로 이루어집니다. 외과 실험실에 들어올 수 있는 개는 수적으로 한정되어 있죠. 그날은 누군가 학교병원 실험용으로 기증한 믹스견 한 마리가 실험대 위에 올랐습니다. 이미 두 달 동안 다섯 번 수술을 받은 개더군요. 더욱이 제가 수술을 하고 일주일 뒤에 또 다른 누군가의 매스가 이 녀석의 배를 가른다고 생각하니, 아주 미쳐버리고 싶었습니다. 수술을 하도 해서 몸의 털이 반쯤 없고, 여기저기 수술용 실이 삐져나와 있는 녀석. 그래도 마취에서 깨면 좋다고 달려들고, 볼일 볼 때 왜 아픈지도 모르는 녀석이었습니다.
사실 실험실엔 당신이 감히 상상하지도 못하는 일들이 현실이 되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구 적출수술을 받고 평생 어두컴컴하게 사는 개, 일부러 각막을 칼로 긁어 손상시킨 후 회복 정보를 관찰하는 개, 파보(바이러스의 한 종류)가 감염되어 새끼를 다 잃어버린 어미 개. 이뿐만이 아닙니다. 방사선 실습시간엔 인내의 한계와 싸워야하지요. 방사선 실습견은 다른 수술도 수차례 견딘 녀석들입니다.
이 녀석들이 방사선 실습견으로 선택되면 그때부터 무조건 굶습니다. 그래야 인간의 눈에 그들의 속이 훤하게 잘 보이니까요. 일주일에 평균 이틀, 1년 내내 배고픔을 참아야 합니다. 무슨 권리로 그들의 먹을 권리를 빼앗는 것인지, 정말 암담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방사선 실습견으로 들어오는 녀석들 중엔 한평생 열심히 일하고 이젠 쓸모없다 하여 온 경찰견과 군견도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영혼이 어디 인간뿐이겠습니까. 녀석들 또한 국립묘지에 안장되어야 마땅할 진데, 이렇게 마지막까지 제 한 몸 불사르고 안락사를 당합니다. 너무나도 슬픈 현실이지요.
조류질병학 실습시간. 그 대상은 여리고 여린 병아리입니다. 하고 많은 조류 중에 왜 하필 병아리여야 하는지, 그렇다고 다른 조류를 선택하는 것이 정당하다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어린새끼니까요. 이 시간엔 병아리를 대상으로 피 뽑는 연습과 안락사 시키는 연습을 합니다.
말만 들어도 무섭죠. 여기엔 다 말하지 못할 참혹한 방법으로 실습이 진행됩니다. 이렇게 실습이 끝난 후, 실습대상이 되지 않은 병아리들은 무사하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순간도 없습니다. 모두 몰살당하게 되니까요.
그럴싸한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관리할 사람이 부족하고 이 녀석들이 자라면 사료값이 더 들며 사체처리비 또한 만만치 않다는, 인간의 판단이 이유라면 이유랄까요. 백제시대의 순장은 그 명분이라도 있지요. 이건 유태인을 한 곳에 가두어놓고 독가스를 살포하는 것과 다를 것 하나 없는 끔찍한 광경입니다. 그야말로 진절머리 나게 끔찍한.
주인 잃고, 혹은 주인에게 버림 당해 떠돌아다니는 동물들도 참 불쌍합니다. 하지만 유기견 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실험동물이 아닐까요. 10년을 하루 같이 잊지 못하고 있는 저, 수의학도였습니다. 참, 외과 실습시간에 제 심장을 갉아먹은 그 녀석의 이름이 바로 ‘겨울이’였다죠.
그해 겨울, 어느 수의학도의 증언
이 이야기는 실화다. 2008년 어느 날, 10년 만에 고해성사하듯 뱉어난 그의 증언은 참혹 그 자체였다. 그대 아는가. 말썽꾸러기라 가장 많이 버림받는 ‘비글’이 사실 사람을 아주 좋아하고 순수도가 높아 실험실에서 가장 사랑받는 강아지라는 사실을.
글_ ID 겨울
외과 실습시간. 실습은 무조건 수술로 이루어집니다. 외과 실험실에 들어올 수 있는 개는 수적으로 한정되어 있죠. 그날은 누군가 학교병원 실험용으로 기증한 믹스견 한 마리가 실험대 위에 올랐습니다. 이미 두 달 동안 다섯 번 수술을 받은 개더군요. 더욱이 제가 수술을 하고 일주일 뒤에 또 다른 누군가의 매스가 이 녀석의 배를 가른다고 생각하니, 아주 미쳐버리고 싶었습니다. 수술을 하도 해서 몸의 털이 반쯤 없고, 여기저기 수술용 실이 삐져나와 있는 녀석. 그래도 마취에서 깨면 좋다고 달려들고, 볼일 볼 때 왜 아픈지도 모르는 녀석이었습니다.
사실 실험실엔 당신이 감히 상상하지도 못하는 일들이 현실이 되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구 적출수술을 받고 평생 어두컴컴하게 사는 개, 일부러 각막을 칼로 긁어 손상시킨 후 회복 정보를 관찰하는 개, 파보(바이러스의 한 종류)가 감염되어 새끼를 다 잃어버린 어미 개. 이뿐만이 아닙니다. 방사선 실습시간엔 인내의 한계와 싸워야하지요. 방사선 실습견은 다른 수술도 수차례 견딘 녀석들입니다.
이 녀석들이 방사선 실습견으로 선택되면 그때부터 무조건 굶습니다. 그래야 인간의 눈에 그들의 속이 훤하게 잘 보이니까요. 일주일에 평균 이틀, 1년 내내 배고픔을 참아야 합니다. 무슨 권리로 그들의 먹을 권리를 빼앗는 것인지, 정말 암담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방사선 실습견으로 들어오는 녀석들 중엔 한평생 열심히 일하고 이젠 쓸모없다 하여 온 경찰견과 군견도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영혼이 어디 인간뿐이겠습니까. 녀석들 또한 국립묘지에 안장되어야 마땅할 진데, 이렇게 마지막까지 제 한 몸 불사르고 안락사를 당합니다. 너무나도 슬픈 현실이지요.
조류질병학 실습시간. 그 대상은 여리고 여린 병아리입니다. 하고 많은 조류 중에 왜 하필 병아리여야 하는지, 그렇다고 다른 조류를 선택하는 것이 정당하다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어린새끼니까요. 이 시간엔 병아리를 대상으로 피 뽑는 연습과 안락사 시키는 연습을 합니다.
말만 들어도 무섭죠. 여기엔 다 말하지 못할 참혹한 방법으로 실습이 진행됩니다. 이렇게 실습이 끝난 후, 실습대상이 되지 않은 병아리들은 무사하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순간도 없습니다. 모두 몰살당하게 되니까요.
그럴싸한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관리할 사람이 부족하고 이 녀석들이 자라면 사료값이 더 들며 사체처리비 또한 만만치 않다는, 인간의 판단이 이유라면 이유랄까요. 백제시대의 순장은 그 명분이라도 있지요. 이건 유태인을 한 곳에 가두어놓고 독가스를 살포하는 것과 다를 것 하나 없는 끔찍한 광경입니다. 그야말로 진절머리 나게 끔찍한.
주인 잃고, 혹은 주인에게 버림 당해 떠돌아다니는 동물들도 참 불쌍합니다. 하지만 유기견 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실험동물이 아닐까요. 10년을 하루 같이 잊지 못하고 있는 저, 수의학도였습니다. 참, 외과 실습시간에 제 심장을 갉아먹은 그 녀석의 이름이 바로 ‘겨울이’였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