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ken & egg game

chicken & egg game

알까기
닭은 알을 앓는다


닭이 앓는다. 앓던 닭이 알을 낳았으니 그 알 분명 좋을 리 없겠으나 좋다 한다. 신선도 하단다. 성분도 그렇고 유통도 엉망이건만 다 쓰고 다시 봐도 계란으로 바위치기. 닭도 알도 앓는다.

+글. 김태혁



 |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는 공장처럼 절대 불 꺼지지 않는 농장에서 닭은 3일에 2개의 알을 낳는다. 
 

공장식 집단사육 속에서 온순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닭의 사료에 신경안정제를 넣는다. 달걀이 목적이니 생산량이 늘라고 여성호르몬제도 주사하고, 죽을 때 죽더라도 무게는 나가야 고기값을 더 받으니 성장촉진제도 준다. 햇빛 한줌 없이 침침한 형광등 불빛, 그 밑에서 이제 알 낳는 기계로 전락해버린 닭은 항생제와 예방접종 덕에 죽을 수도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스트레스받으며 낳은 이 동물의 알이 온전할 리 없다.

100점짜리 완전식품이라고? 진실은 이렇다

“달걀은 완전식품의 대명사다. 저렴한 가격에 풍부한 영양소, 게다가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조리할 수 있다. 시간이 없을 때 뚝딱 해먹는 달걀프라이는 한 번에 2, 3알씩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정보의 바다에 홍수가 나 올바른 정보를 찾을 수 없게 됐다. 제도권 학문이 ‘완전식품’이라 명명한 우유와 달걀에 대한 진실은 쉬이 왜곡되거나 미화돼 복제를 반복하며, 여전히 완전식품과 단백질의 보고라 자리잡았다.

 | 모유가 아기를 위한 것처럼 달걀은 병아리의 탄생을 위해 최적화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현대 영양학은 달걀도 우유도 인간을 위한 '완전식품'이라 한다.

 
흰자질이라고도 불리는 단백질(蛋白質)은 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고분자 유기물로 세포나 조직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물질. 현대 영양학에서는 ‘단백가(protein nutritive value, 蛋白價)’라는 것을 만들어 단백질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모유와 달걀의 단백가는 100이고, 밀가루가 40, 쌀이 70쯤 된다.

달걀은 모유와 견줘도 지지 않고, ‘생명체를 구성하는 필수 물질인 단백질의 가치’가 만점이니 이보다 더 좋은 단백질은 없게 되었다.
때문에 달걀의 식품학적 단점을 슬그머니 감추고 오히려 격찬받으며 완전식품이 되었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 달걀 하나만으로 콜레스테롤 하루 권장섭취량 300mg의 2/3를 섭취하게 된다. 또 달걀에는 필수 영양소인 섬유질과 비타민C가 전혀 없으며 망간, 셀레늄, 요오드 등 우리 몸에 필수적인 미네랄도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완전하다는 이 달걀 단백질도 오랫동안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아비딘과 안티트립신 등은 신경장애와 피부염을 일으키는 신진대사 장애물질임이 이미 밝혀져 있다. 하지만 올해 초 미연방농무부는 이런 보고서를 냈다. “달걀 하루 1개 먹어도 문제없다”. 식품에게 할 소린가.

시작한다는 산란일자 표시는 어찌 되었나?

작년 초 농식품부는 2011년 1월부터 달걀에 산란일자와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한다는 ‘계란 제품 위생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규제개혁위원회는 이에 대해 제동을 건다. 이유는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니 우리도 하지 말자는 단순한 논리. 산란일자 대신 포장일자가 찍힌 달걀이 그렇게 나오게 된 것이다.

포장일자, 이렇다. 우리 손에 달걀을 전해지기까지는 생산자, 달걀회사, 할인점 등 크게 세 과정이 필요하다. 보통 양계장에서는 하루나 이틀 동안 생산된 달걀을 모아 달걀회사로 보내고 달걀회사는 세척 등의 공정을 거쳐 다시 할인점으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이틀 정도가 더 소요된다. 할인점에서도 통상 2, 3일 판매분량의 재고를 확보하니 우리가 구입하는 달걀은 최소 5일 전에 산란된 달걀이란 얘기다.


 

낳은 지 5일 이상 된 달걀을 구매하면서 신선하다고 생각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고, 정부의 대책 발표로 소비자의 시선이 쏠리자 5일에서 2일이 빠지는 포장일자를 울며겨자먹기로 들어가지 않았나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당시 농식품부 관계자는 달걀이 수요 공급을 맞추기 힘든 품목이고 닭은 일정하게 알을 낳기 때문에 달걀값이 떨어지면 일부 GP센터(집하장)는 최대 2개월까지 냉장고에 달걀을 보관했다가 시중에 푼다며 산란일자 표기 필요성을 역설했었다.
 

 | 농장에서 수거한 달걀들은 이곳에서 세척, 분류, 포장된다. 곳에 따라서는 약품처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두 달이나 지난 달걀이 과연 괜찮을까? 풀무원 계란사업부 관계자는 “(달걀을) 냉장 보관할 경우 산란일자로부터 25일까지는 품질이 85%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당신이 오늘 산 그 달걀은 운이 좋으면 5일 된 달걀이고, 억세게 운이 없으면 67일 전 나은 달걀. 그 달걀이 ‘신선란’의 이름을 달고 3일 전 포장되었다며 팔린다.

물가대책의 중심에 달걀도 있다

물가가 비상인 가운데 특히 달걀 가격의 상승은 눈이 부시다. 달걀 한 판 값이 닭 한 마리 가격을 뛰어넘은 지 오래고, 달걀의 소비자 가격은 개당 200원을 넘었다. 작년 동기대비 38.5%가 오른 수치. 그도 그럴 것이 조류인플루엔자로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산란계 150만 마리 이상이 매물 처분되었고, 최근까지 이어진 폭우와 무더위도 달걀값 상승에 일조하였다. 사정이 이러하자 최근 재정부는 물가안정대책과 관련해 묘안을 내놓았는데 그 내용 중 달걀과 관련된 부분이 있어 소개한다.

유통기한이 5~7일인 우유와 5일인 크림빵, 8일인 어묵 등 식품류의 유통기한이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향후 소비기한으로 바꾼다는 것. 소비기한(Use by Date)은 해당 식품을 소비자가 소비해도 건강이나 안전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소비 최종시한으로, 유통기한보다 길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이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오해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함께 표기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빵과 우유는 가격을 낮춰 팔면 물가가 잡히지 않겠느냐는 묘안을 내놓았다.

한국소비자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크림빵과 케이크의 경우 변질 속도가 일반 빵보다 빨라 크림빵은 유통기한 경과 후 2~8일 사이에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고, 케이크 제품은 유통기한 경과 2일째부터 일반 세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맞다. 빵에 달걀이 들어간다.

정보를 모으다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 하나. 날달걀은 농식품부 소관이고, 구운 달걀은 가공식품으로 분류돼 식약청이 규제하고 있었다. 이렇듯 애매한 부분이 있어 이제껏 어느 한 쪽도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다는 농식품부 관계자의 말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부화에 실패한 달걀이 제과점으로 들어가고, 껍질이 파손된 살모넬라균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를 달걀들이 액란이 되어 급식소로 들어갔던 것이다. 도시락 밑바닥에 깔아주던 엄마의 애틋함은 달걀을 떠난 지 오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