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고양이 찾기

못 찾겠다, 꾀꼬리. 아니, 고양이!
고양이탐정 문종환


숲속의 겁쟁이 꾀꼬리가 잘 숨어서 나온 말이 ‘못 찾겠다, 꾀꼬리’란다. 어린 시절 동네를 쏘다니며 친구들을 찾던 술래가 잡기를 포기할 때 했던 말. 그 말 한마디면 동네 녀석들은 ‘오예~, 나 여기 있었지롱~’ 하며 모두 뛰쳐나왔지만, 이놈의 잃어버린 고양이는 아무리 외쳐대도 나오질 않는다. 숨바꼭질의 ‘숨’ 자도, 꾀꼬리의 ‘꾀’ 자도 모르면서 놀이를 시작하다니… 바보 고양이!
 
+글. 김혜윰
  


‘고양이’탐정도 있어?
"하지만 말일세, 진심으로 말하는데 나는 대단히,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라네. 정말이라니까. 진심이 담긴 고백이야. 물론 딱 하나 평범하지 않은 것이 있지. 내 콧수염은 좀 자랑할 만하지. 런던을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내 콧수염을 따라올 자가 없더군."- 에르퀼 푸아로 曰, <에지웨어 경의 죽음 - 애거사 크리스티> 중에서. ‘작은 회색 뇌세포’를 가동해 누구도 풀지 못한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단번에 해결해내는 최고의 명탐정, 에르퀼도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 했다. 잘난 콧수염만 빼고. 그래, 아무리 평범해도 탐정이라면 바바리코트에 콧수염 정도는 있어 줘야지. 안 그래요? 고양이탐정님?!
“하하, 저는 그저 평범한 29살 직장인입니다. 아내와 두 딸, 그리고 고양이 4마리와 함께 대구에서 살고 있어요. 약 3년 전에 가족이었던 고양이 한 마리를 잃어버리고는 괴로움에 식음을 전폐하다시피하고 밤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울면서 찾아다니는 아내를 도운 것이 고양이 찾기의 시작이었죠. 그때는 정말 아내가 기본적인 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힘들어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고양이 찾는 사람들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못 찾겠다, 고양이’를 외치고 싶을 땐, 고양이탐정을 찾으시라.
- 첫 의뢰인, 기억하시나요? 
“첫 의뢰인이랄까, 처음에 ‘탐정’이라는 단어조차 생각해 본적이 없을 때, 아내가 활동하던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까운 곳이라서 찾아드린 기억이 있어요. 할머니가 기르시던 나이가 많은 고양이였는데, 손녀가 데려다 놓은 고양이와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내셨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외출을 했다 너무 오래 집에 들어오지 않아 고민 고민 하시다가 손녀분께 말한 것을 인터넷을 통해 아내가 알게 되어 제가 찾아 주었습니다. 세월을 함께 보낸 나이 많은 고양이와 나이 드신 할머니. 뭐랄까, 친구 같았어요. 그때 정말 초조해하시며 많이 우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집 앞에 사료를 가져다 놓고 매일 기다렸다고 하셨어요.”
- 그 외에도 인상 깊었던 의뢰인이 있으셨나요? 그리고 처음 시작하셨을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이 있나요? 찾기가 더 쉬워졌다던가, 하면 할수록 어렵다던가 말이에요. 
“아무래도 노련미가 생겼다고 할 수 있겠죠. 감이라는 게 있고, 찾는 확률이 좀 높아지긴 했으니까요. 그리고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 달라서 완벽하다 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그 아이의 습성을 알고, 그에 따라 찾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여러 분들 중 학생, 주부, 등등 기억에 남는 몇 분이 계시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산에 어느 여대생의 아버지가 내다버린 고양이를 한겨울에 찾았던 순간이네요. 비록 그 아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별이 되었지만요. 딸이 대학생이 되면서 외지에 나가 공부하게 되니, 가족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집에서 키우지 못한다며 산에다 버린 경우였는데, 이동장에 넣어 산 속에 덩그렇게 버리시고는 끝까지 모른다고 하셔서 제가 찾았죠. 그리 되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그의 작은 회색 뇌세포
“초기에는 잘 모르니까 인터넷 검색과 고양이를 키운 경험을 이용했고, 그 다음엔 고양이 관련 서적들을 읽었어요. 고양이를 찾으려 공부한다기보다는 관심이 생기니 습성도 궁금하고 모든 걸 알고 싶어졌어요. 알면 알수록 참 신비한 동물 같아요.” 
그에게 고양이를 잘 찾는 뇌세포가 있다면, 그건 고양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주인의 애타는 속을 이해하는 마음일 테다.
“처음엔 단순히 저희 아내 같은 사람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고양이를 보고 느끼고 알아가게 되면서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태생이 길고양이인 아이들도 많지만 사랑받고 자라다 버려지거나 길을 잃어 길고양이로 배고픔과 싸우다 죽어간다는 건 너무 마음 아픈 일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강아지들과 달리 사람들에게 냉대 받는 길고양이들이 안쓰러워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우리나라처럼 고양이를 홀대하는 곳이 또 있을까? 고양이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사실, 강아지보다 조용하고 깨끗한 점이 좋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넘치는 애교에 반하고, 왠지 속도 깊어 보이고. 고양이만의 도도한 매력에 빠졌죠.” 

고양이탐정 사용 설명서
1. 전화로 의뢰 요청 (일이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너무 멀지 않은 지역이면 웬만하면 가려고 한다.)
2. 주소를 먼저 받아 주변 지도를 확인한다. 
3. 아파트나 빌라 밀집 지역인지, 큰 도로가 있는지 등을 살피고 고양이가 은신처로 삼을 만한 곳을 찾는다.
4. 은신처 위주로 탐색하고 고양이의 길을 찾아 습성대로 찾는 것을 반복한다.
5. 잃어버린 순간, 하루라도 빨리 연락을 주는 것이 좋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집을 나가도 멀리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 시간이 지나면 먹이나 영역 싸움의 이유로 다른 곳을 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찾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6. 구석구석 사각지대를 반복해서 찾다가 고양이를 발견하면 먹을 것이나 장난감으로 유인하여 잃어버린 고양이가 맞는지 확인을 거친 후 잡는다. 
7. 낯선 사람을 매우 경계하기 때문에 대개 주인이 안을 수 있도록 한다. 

※ 주의사항
1. 고양이를 잃어버렸다고 동네방네 이름을 부르고 다녀서는 안 된다.
2. 평소 부르던 톤으로 부르되 나간 입구, 창문이면 창문, 현관이면 현관 그 앞에서만 불러야 한다. 고양이들은 목소리를 따라 이동을 하는데,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이름을 부르다가는 그 목소리 따라 영역을 넓혀갈 것이기 때문. 
3. 발견하더라도 섣불리 달려가서 안으려고 하거나 반가운 나머지 강제로 안는 것은 금지. 집에서는 고양이지만 나가면 호랑이나 다름없다. 바뀐 환경, 극도의 스트레스로 주인을 알아보지 못할 경우도 있고, 심적으로 놀라게 되면 그 자리를 떠나 아예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4. 발견했다면, 쫓아가지 말고 어디로 가는지 살핀 후 근처에 밥을 놓아주며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 좋다.


이렇게라도 찾으면 다행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나 다름없을 터.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처음부터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현관문을 여는데 나갔다. 환기시키는데 나갔다. 원래는 겁이 많아서 안 나가는데 발정 나서 나갔다’ 등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일이 벌어지고 나서는 그저 변명일 뿐. 호기심 많은 고양이들과 평생 사랑하며 사는 길은 첫째도 보안, 둘째도 보안이다. 

의뢰인들 중에, 전화를 걸어 대뜸 “얼마예요? 못 찾으면 돈 돌려주나요?" 하고 묻는 이들이 있다. 그는 찾을 확률을 조금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 신이 아니다. 가기도 전에 힘 빠지는 소리에 서운해지기 일쑤. 없는 시간 만들어 먼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가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려는 사람. 한여름에는 모기들에게 헌혈하고, 한겨울에는 손과 발에 동상 걸려가며 찾는 사람. 구석구석 벌레, 먼지, 거미줄 마다 않고 기어들어가는 사람. 가족을 사랑하는 만큼, 고양이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게 베풀며 살고 싶은 고양이 탐정, 문종환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