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분양=동물학대

우리 집 해피는 어디서 왔을까? 
반려동물 문화의 어두운 뒷면, ‘종견장’


“어머 예쁘다. 얘는 무슨 종이에요?” 
개와 산책하러 나가면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아마 개를 기른다면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산책하다 만난 개들이 서로 냄새를 맡고 인사하는 동안, 말없이 서 있기가 어색한 상황에서 마치 ‘식사하셨어요?’처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질문이다. 어쩌면 5년 전 입양해 지금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된 ‘밴조’가 순종이 아닌, 흔한 말로 ‘믹스견’이기 때문에 더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비글이랑 섞인 것 같긴 한데, 보호소에서 와서 정확하게는 몰라요.” “아, 그렇구나….” 대답을 들은 열 명 중 여덟 명의 얼굴에는 실망의 빛이 스쳐간다. “얘는 ‘비숑 프리제’예요.” 자랑스럽게 반려견의 종(種)을 밝힌 뒤 인형 같은 외모의 강아지와 총총 가던 길을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과연 이들이 ‘가족’이라고 부르는 반려견의 진짜 가족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는 있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글.사진 이형주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 팀장
+에디터. 송수연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에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 ‘종견장’ 
강아지를 기르려는 결심이 선 사람들이 동물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길목 곳곳에서 품종이 있는 어린 강아지를 판매하는 이른바 ‘펫샵’이라고 하는 애견 가게들이 들어서 있고, 퇴계로 등 일부 지역에는 애견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어 여러 가게를 돌아보며 취향에 맞는 동물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대형 마트도 나서서 애견 판매장을 설치하고, ‘초특가 명품 분양’, ‘무이자 할부’ 등의 행사까지 동원해 충동구매를 부추긴다. 밖에 나가는 것조차 수고스럽다면 인터넷 검색창에 ‘애견 분양’을 입력하면 집에 앉아서 마음에 드는 품종을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주문하고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심지어는 의료기관인 동물병원에서조차 강아지를 판매하니, 이제는 오히려 강아지를 안 파는 곳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런 곳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강아지가 태어난 곳이 바로 ‘종견장’이다. 아마 종견장에서 태어난 반려견을 기르면서도 이 단어가 익숙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100여 마리에서 많게는 수백 마리의 개들이 좁고 더러운 케이지 안에서 평생 임신하고 새끼 낳는 일을 반복하는 이 번식업장은 현대사회에서 소, 돼지, 닭이 생산되는 농장들과 마찬가지로 ‘공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구조를 갖고 있다. 

생명이 아닌 ‘새끼 낳는 기계’로서의 삶 
2000년대 들어서 우리나라에도 강아지, 고양이를 집에서 가족처럼 기르는 ‘반려동물’ 문화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애견사료, 용품 등을 생산, 판매하는 반려동물산업의 발전과 함께 비대해져 버린 것이 바로 번식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000 ~ 4,000여 곳의 번식업장이 존재할 것이라고 추산되는데, 이 중 대부분이 법으로 요구되는 신고조차 하지 않고 운영된다. 

번식업자들이 쓰는 용어를 빌리자면, 종견으로 쓰이는 개들은 일 년에 두 번 새끼를 ‘빼게’ 된다. 새끼를 낳자마자 곧바로 다시 임신하게 되는 셈이다. 살아있는 동안 한 마리라도 더 많은 새끼를 낳게 하기 위해 발정유도제를 투여한다. 바닥이 철사로 되어 있어 배설물의 처리를 쉽게 한 ‘뜬장’으로 된 케이지 안에서 다닥다닥 붙어사는 개들은 평생을 스트레스와 질병을 안고 살아간다. 영양실조, 빈혈, 귀 염증, 부식된 치아와 치주염, 눈병, 호흡기 질환 등은 기본이고, 말티즈 등 털 관리가 필요한 장모종 개들은 털이 누더기가 되어 평생을 피부병에 시달린다. 움직이지 못하는 데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걸린 욕창부터 평생을 반복한 강요된 임신, 출산에 인해 생식기 등 장기가 파열된 개들도 있다. 몸이 아파도, 출산하다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수의사가 상처나 병을 치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십 년을 자신의 몸보다 조금 큰 공간에서 아픈 몸으로 낳은 새끼들을 내주며 살던 이 동물들은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게 되면 개고기, 개소주로 팔려나가기까지 한다. 



‘병든 강아지는 교환이나 환불해 가세요’ 
열악한 환경에서 건강하지 못한 어미개에게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예쁜 겉모습과는 달리 면역력이 약하고, 파보 바이러스 등 이미 전염병에 걸려있는 경우도 많다. 법적으로는 생후 2개월 이전의 강아지는 판매하지 못하게 되어있지만, 판매업소에서는 어리고 작은 강아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미젖을 떼기도 전에 내다 판다. 순종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번식업자는 근친교배를 시키는데, 이 경우 유전적으로 갖고 있던 질환은 대대로 새끼에게 대물림된다. 이런 이유로 애견샵에서 분양받은 동물이 죽어서 생기는 판매자와 소비자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15일 안에 강아지가 죽었을 경우에는 같은 종의 동물로 교환하거나 환불하라는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까지 마련하고 있다. 

어두운 곳에서 성행하는 불법 종견장, 대책 마련이 시급 
동물보호법에서는 반려동물 생산업을 하려면 인력 현황이나 영업장 시설에 대한 서류를 제출해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조차도 안 하고 있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 동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등록된 종견장은 50여 곳에 불과한데, 대부분이 도심 외곽 지역에서 비닐하우스 같은 불법 건축물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눈에 띄기도 쉽지 않다. 사업의 특성상 동물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답답한 노릇이다. 

영국, 미국, 스위스를 비롯한 동물보호법이 존재하는 대부분 국가에서 동물생산업은 ‘등록’이 아닌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Federal law)인 동물보호법이 명시하고 있는 농림부의 허가와 점검을 받아야 하는 조항이 번식업장의 동물학대를 규제할 근거로서는 약하다는 판단 아래 26개의 주에서는 주법(State law)으로 허가를 받은 업소에서 지켜야 할 사항들을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케이지의 크기를 명시하고 철사(wire)로 된 케이지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어미개가 일생 임신하는 횟수를 5번으로 제한하거나, 야외에서 운동을 시킬 것, 수의사에게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을 것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가족을 맞이하는 일 = ‘동물학대’에 동조하는 일? 
15년이 넘도록 가족처럼 함께 살 나의 반려견이 이왕이면 내가 평소에 선호하는 외모와 성격을 갖춘, 어디 흠잡을 데 하나 없는 품종견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유리로 된 진열장 안에서 손바닥만 한 강아지가 어미도 없이 덩그러니 있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마음이 약해져 ‘내가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에 돈을 내고 사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아지를 구매하기 전에 내가 과연 누구에게 돈을 내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돈을 주고 이 강아지를 사는 일은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일이기 이전에, 어디에선가 이 강아지의 어미개를 철창에 가두고 평생 고통 속에 살게 하는 번식업자의 사업을 유지하게 시키는 일이다. 

전국에서 일 년에 10만 마리의 동물들이 유기동물 보호소에 버려진다. 이 중 절반가량이 보호소에서 병으로 죽거나 안락사 당한다. 이 동물들도 적어도 한 번은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정말 다른 생명을 가족으로 맞을 준비가 되었다면, 최소한 애견샵으로 발길을 향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보호소에 어떤 동물이 있는지 둘러보기라도 할 것을 권한다. 내가 아니었으면 꺼져갈 수도 있었던 생명에 다시 기회를 주고, 그보다 더 큰 사랑을 되돌려 받는 놀라운 경험은, 안 보이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면서 큰돈을 주고 가게에서 가족을 고르는 것보다 훨씬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경험자로서 장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