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잦은 발생도 사람 때문이다

AI  발생 이유, 치느님 때문입니다.

대국민이 선호하는 대상인 국민간식이란 호칭을 받은 것도 모자라 치느님이라 불리는 치킨.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닭고기 소비는 국내에서도 30년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육계(식용을 목적으로 기르는 닭) 농장은 대형화, 밀집화된 공장식 축산 시스템으로 발달했다.

우리 식탁 위에서 호대접을 받는 닭은 살아있는 동안부터 죽는 순간까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리고 닭고기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으로 국민들을 불안감에 떨게 만들어 고기 소비를 위축시키는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 한송아(동물자유연대) +사진. 동물자유연대, 월간비건 +에디터. 송수연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만들고 빠른 확산을 부추기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

사실 몸집만 큰 병아리

고기로 만들기 위해 사육되는 약 6,500만 마리(2013년 기준) 닭들은 모두 사람으로 치자면 고도비만이다. 그것도 일정 부위만 집중적으로 살이 찐다. 생산성과 상품성을 늘리기 위해 더 빨리 성장하며 특정 부위에 살이 많이 찌는 품종을 개량해 비정상적인 몸집을 만든 것이다.

국제적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사육되는 닭 95%가 단 4~5개의 종계회사에서 보급하는 품종이다. 품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하루에 증가하는 몸무게 양은 평균 58g으로, 30년 전 닭이 2kg까지 되는데 80일 이상이 걸렸다면 오늘날은 40일도 걸리지 않아 2kg에 도달한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사육 기간 33일 만에 농장에서 닭을 출하한다. 우리가 먹는 닭은 사실 몸집만 큰 병아리이다.

생산성만을 고려한 품종 개량은 반대로 면역력이 약한 품종을 만들었고, 유전자를 단일화해 수만 마리를 한꺼번에 사육하는 농장 안에서 개체 간 질병 전파를 가속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또한, 비정상적인 성장은 다리장애, 기립불능, 심장병, 급사증(Sudden Death Syndrome) 등으로 닭이 사는 동안 극심한 고통을 받게 하고 있다.

 
높은 사육밀도

밀집 사육은 닭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활동을 제한하고, 또한 출하 전까지 엄청나게 쌓이는 분변과의 접촉으로 발바닥, 정강이, 가슴 부위에 화상과 피부염증을 입게 하며, 공기 중 암모니아 농도를 증가시켜 면역력 저하로 질병에 취약하게 만든다.

구체적으로 사육밀도가 25kg/m² 이하일 때, 1.5kg 닭을 기준으로 16마리 이하의 밀도를 준수할 때 동물복지를 저해하는 문제를 피할 수 있으며, 사육밀도가 30kg/m²을 넘어가 20마리 이상이 되면 관리의 질이나 사육시설의 사양을 떠나 동물복지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그러나 국내 축산법에 창 없이 환기구 또는 환기장치를 이용하는 사육시설인 무창계사의 사육밀도 기준은 1m²39kg로 위 기준을 훨씬 뛰어넘으며,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이 갖는 면적보다 작아 실제 농장을 가보면 서로 날개가 다닥다닥 붙어있을 정도다.

이런 밀집 사육은 수많은 개체에 바이러스를 급속도로 확산시키고, 바이러스 생산을 촉진한다. 연구 결과도 그렇지만 실제로 집약식 축산 농장에 저병원성 바이러스가 유입되어 고병원성 바이러스로 발전한 경우는 세계 각국에서 발견되고 있다.

하루나 이틀만 지나도 엄청난 분변과 먼지가 쌓이는 비위생적인 공장식 사육 방식은 바이러스가 침범하는 순간부터 빠른 바이러스 진화를 위한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애꿎은 철새 탓은 이제 그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AI 발생 초기 몽골과 시베리아 지역에서 우리나라 남쪽으로 날아와 지역을 이동하며 북상하는 철새가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과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발생농가 인근에 겨울 철새가 월동하는 것과 철새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 검출을 증거로 철새로 인한 AI 확산 방지 대책을 강조했다.

환경단체나 조류 전문가들은 이번 H5N8AI는 철새에서 발생한 사례가 없고, 철새보다 가금류에서 먼저 발생했으며, 철새가 직접 가금류에 접촉해 옮겼다는 증거가 없고, 무엇보다 철새들은 AI 발생 두 달 전부터 와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철새가 AI 원인이란 정부의 주장은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철새 먹이 주기 행사를 중단시키겠다고 발표해 철새를 하루아침에 위협받고 쫓기는 신세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농림부는 철새가 주범이란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싶었는지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항공방제로 전 국토를 살균해보겠다는 무모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 결과 곳곳에서 철새들의 연쇄적인 이동을 초래함으로써 혼란을 일으키고 철새들의 피로는 가중됐다. 사용한 약품들의 성분이나 효과를 공개하지 않아 환경에 어떤 부작용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본능과 습성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는 철새를 막겠다며 국민들의 세금을 낭비한 꼴이다.

반면 고병원성 AI의 확산은 철새의 계절적 이동 경로보다 인간이 사용하는 주요 도로와 철도를 따라 발생하는 경향을 보임이 해외 사례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감염된 닭의 분변 1g에는 십만 에서 백만 마리 닭을 감염시킬 수 있는 고농도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다.

이 분변이 오염된 차량이나 사람, 사료, 관리기구 등을 통해 더 쉽게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다홍콩 농림수산부는 2006년 야생 철새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경우, 철새가 이미 감염된 가금류가 사는 축사에 접근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실질적으로 많은 수의 야생 조류가 고병원성 AI 확산의 피해자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 연구로는 미국 아리조나대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과 교수팀이 2월 16일 자 네이처지에 발표한 연구로 고밀도의 사육환경에서 바이러스의 진화가 가속화될 수 있는 만큼, 사육장에서 빠르게 진화한 인플루엔자가 외부로 노출되면 철새가 무방비로 당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어, 철새가 AI의 원흉이라는 오명을 벗게 했다.


공장식 축산의 개선을 위한 노력과 과도한 육류 소비를 돌아봐야

국제기구인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동물 전염병 발생의 주원인이 공장식 축산이라 지목하며, 지속 가능한 축산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2월 12일, 공장식 축산을 개선하고 질병 저항력을 키우려 도입한 동물복지 축산농장의 멀쩡한 닭들을 예방적 범위 3km내에 있다며 도살처분을 강행했다.

동물자유연대와 해당 농장주, 공무원노조 및 지자체까지 나서서 철회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능한 살릴 방법을 찾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농장보다 먼저 도살처분했다.

다른 농장과의 형평성 때문이란 변명과 해당 동물복지 농장은 방목 사육(야외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아닌 평사 사육 농가(케이지에 가두지 않고 농장 내에서 닭을 풀어 키우는 것)였음에도 동물복지 농장은 닭을 밖에 풀어 키우니 더 위험하다는 가축방역협의회의 자문이 있었다며 책임을 미뤘다.

이는 정부가 설정한 위험지역 안에 있는 동물복지 농장의 닭들이 감염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경우, 공장식 축산이 AI 원인이란 하나의 증거가 될까 두려워한 것이며, 획일적 도살처분이 방역효과가 있다는 정당성을 얻으려는 전형적 행정편의주의를 보여준, 길이길이 비판받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한편에서 정부는 AI로 위축된 고기 소비를 늘리겠다며 소비촉진 행사에 매우 열심이다. 한 지자체는 매주 수요일을 닭고기 먹는 날로 정하기까지 했다. 문제 제공은 철새가 했고, 70도 이상 끓이면 안전하니 고통받는 농민을 도우려면 우리는 계속해서 먹으면 된다면서 멀쩡한 닭들은 죽여 나가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사람이 만든 공장식 축산 때문이지 동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방역대책으로는 매년 날아오는 철새를 막을 수도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도 역부족이라면, 우리가 만든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열악한 축산 농가들이 전염병을 예방할 사육 환경을 조성하도록 유도, 지원해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무조건 고기를 먹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축산물 생산 실태를 정확히 알린 후, 동물의 고통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 생산한 축산물을 소비해 달라는 홍보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더불어 치느님이란 신조어, 치킨과 맥주를 뜻하는 치맥이란 문화까지 만들며 사육 숫자 증가에 일조한 우리 또한 AI 발생과 그 피해를 만든 원인 제공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채식 실천으로 축산물 소비 줄이기에 동참해주세요.
일주일에 하루 고기를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공장식 축산의 확대로 인한 동물의 고통과 환경오염을 줄이며, 우리의 건강까지 지킬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한 주를 건강하고 의미 있게 시작하는 고기 없는 월요일에 동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