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은 건강도둑

젓갈은 건강도둑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 그 지형의 특성상 우리 한민족은 식생활에서 어패류를 다양하게 활용해왔다. 특히 서해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소금을 이용한 염장법이 발달하여 한식요리에서는 다양한 젓갈들이 사용된다. 변변한 저장방법이 없던 시절에 염장은 한꺼번에 많이 잡힌 물고기를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는 꽤 유용한 방법이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현대의 기준에서 전통방식의 저장어패류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
 
+ . 이미숙 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대표 + 에디터. 이향재 + 일러스트. 이경미
 




밥도둑은 건강도둑
한국인의 밥상에서 대표적인 저장어패류인 젓갈의 쓰임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어패류를 소금에 절이는 방식인 젓갈은 나트륨함량이 매우 높다. 그러니 젓갈을 즐겨 먹으면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나트륨 과잉섭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말할지도 모른다. 젓갈은 조금씩 먹으니 괜찮지 않느냐고. 물론 젓갈은 짜기 때문에 많이 먹지 못한다. 그런데, 짜기 때문에 밥을 많이 먹게 된다. 그래서 젓갈이 밥도둑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이다. 소금대신 간장에 넣어 염장을 하는 게장 역시 대표적인 밥도둑으로 손꼽힌다. 짭짤한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으면 밥 한 공기는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이 뚝딱 먹어버리고 또 한 공기 더 먹으며 과식을 염려한다. 이렇게 밥을 많이 먹으면 탄수화물 섭취가 지나쳐 비만이나 고중성지질혈증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니 여러모로 밥도둑은 건강도둑인 셈이다.

 

바이오제닉아민에 주목하라

주로 어패류를 재료로 하는 각종 젓갈류는 아미노산 발효를 한다. 젓갈의 재료인 어패류는 단백질이 매우 풍부하다. 단백질이 풍부한 재료가 발효과정을 거치니 바이오제닉아민(Biogenic amines)이 생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시판되는 젓갈류를 수거하여 바이오제닉아민 함유량을 분석해본 결과 몇몇 젓갈류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제닉아민은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이 부패하거나 발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바이오제닉아민들이 인체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량 섭취시에 신경계 및 혈관계를 자극할 수 있고, 식품 알러지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체내 대사를 통해 발암물질로 전환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낸 젓갈은 멸치액젓과 까나리액젓이다.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멸치액젓의 경우 바이오제닉아민의 일종인 히스타민은 최고 1127.6mg/kg, 티라민은 최고 611.3mg/kg으로 조사되었고 까나리액젓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높게 검출되었다. 물론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은 음식의 부재료로 소량씩 첨가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험을 인식하고 섭취량을 줄이거나 발효과정을 개선할 필요는 있다.
 

고등어, 과메기도 주의 필요
자반고등어나 과메기에서는 히스타민이 상당히 높은 농도로 검출된다. 바이오제닉아민의 일종인 히스타민은 알러지를 유발하는 물질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고등어나 꽁치같은 소위 등푸른생선에는 원래 히스타민이 다른 어패류에 비해서 많이 들어있다. 원래도 히스타민이 많았던
 
고등어나 꽁치는 자반고등어나 과메기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히스타민 함량이 더 증가한다. 히스타민 함량이 200mg/kg 이상 되면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데, 시판 자반고등어나 과메기를 수거해서 히스타민 함량을 측정해보면 위험수준 이상인 제품들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관련규정이 아직 없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없이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한 먹거리 위해 적극적 정보공개 절실

문제를 덮어두기만 하면 안 된다.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함께 고민해야 그 문제가 풀릴 수 있다. 저장어패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연구자들은 관련 연구의 결과들을 단순히 학회지에 싣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과메기 생산업자에게도, 과메기 소비자들에게도 모두 알려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대나무 숲에 들어가서 소리 지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모두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이것은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바이오제닉아민이 가장 많이 검출되는 시료들의 특징은 고온에서 건조되고 실온에서 유통되며 진공포장이 되어있지 않아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된 채 판매되는 제품들이다.

그러니 반대로 저온에서 건조시키고, 반드시 진공포장을 해서 냉장 또는 냉동유통을 해야 한다.

바이오제닉아민의 함량에 대한 제품기준을 마련해서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할 필요도 있다. 물론 아직은 멀고도 먼 얘기다.
저장어패류의 구입이나 보관시에 조금 더 꼼꼼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고 싶다. 바이오제닉아민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