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연금술, 우리는 녹색기업 ‘몬산토’가 가는 곳에 어둠이 싹튼다

두 번째 연금술, 우리는 녹색기업
‘몬산토’가 가는 곳에 어둠이 싹튼다


GMO 안전성 논란의 뒷방 권력자는 몬산토다. 언뜻 GMO 논란의 핵심에서 벗어난 듯 보이지만 GMO 관련 정책사안을 결정짓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온 기업이 바로 몬산토다. 일반이에게 생소한 몬산토는 세계 82개국에 지사를 둔 거대 다국적 농화학기업. 2000년대 GM작물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농업시장을 삽시간에 장악한 몬산토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모토로 GM작물의 세계적 보급에 힘쓰고 있다. 그 이면엔 악취가 진동한다. 


세계 최대 종자회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몬산토의 세계 종자시장 점유율은 23%에 이른다. 게다가 전세계 GM작물 특허권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연매출만 114억 달러(2008년)로 동종업계 최고다. 몬산토는 GM작물이 식량문제와 자원고갈, 지구온난화 등 생태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자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 끊임없이 선전한다. ‘GM작물=몬산토’라는 공식은 결코 과한 해석이 아니다.


몬산토의 되풀이되는 과거

100년 역사를 가진 몬산토가 농업분야에 전력으로 투신한 것은 20년 남짓. GM작물로 혁혁한 명성을 얻기 전까지 몬산토는 세계 농업의 안녕과 미래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21세기 환경 재앙이라 불리는 PCB(폴리염화비닐), DDT(다이옥신_ 고엽제의 주성분)를 생산한 추악한 화학기업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

1929년 최초 생산된 PCB. 절연성과 열보존성이 강해 선호된 이 물질은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을 병들게 하거나 죽게 했다. DDT 또한 마찬가지. DDT는 베트남 전쟁 당시 쓰인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의 주성분으로 지금까지도 사람과 자연에 심각한 후유증에 남기고 있다. 현재 PCB와 DDT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악마의 물질’로 분류된다. 

그래서일까?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의 저자 마리-모니크 로뱅이 밝히고 있는 몬산토의 치부는 언뜻 범죄조직을 연상시킨다. 그녀에 따르면 몬산토는 PCB의 위험이 밝혀지기 40여 년 전(1937년), PCB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몬산토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히려 FDA와 IBT등의 기관과 공모해 각종 동물대상 실험결과를 조작함으로써 PCB의 위험요소를 숨기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DDT라도 다를 게 없다. DDT가 개발되고 10년 후인 1950년대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몬산토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밀림에 숱하게 뿌려졌던 DDT에 대한 위험성 경고는 전혀 없었다. 물론 농민과 공장 사람들에게 조차 알리지 않았다. 되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관련 기관에 대한 로비와 협잡으로 책임을 면하려 온갖 애를 썼다. 더욱 놀라운 것은 후일 불거질 거대 소송에 대비하고자 치밀한 사전작업이 계획됐다는 점이다. 공장주변 부지와 가축 매입을 시도하고, 저명한 과학자와 기관 관계자를 포섭해 해당 물질의 안전성 논란 문제에 대한 본질을 흐렸다. 그러나 몬산토의 화학분야는 결국 파국을 맞는다. 눈치 빠른 몬산토는 1997년 화학부분을 매각하면서 배상금 독박은 면한다.  

농민을 위한 농업, 글쎄?

과거 치부가 기업의 현재를 부정하는 수단은 아니지만 몬산토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비교적 최근 발생한 rBGH(성장호르몬_ 젖소의 우유생산을 늘림)에 대한 논란도 그러하고, 인체와 자연에 무해하다고 과장 광고된 제초제 ‘라운드업(소탕)’의 안전성 논란도 같다. 그들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어떻게 농민을, 시장을, 언론을, 그리고 기관과 학계를 장악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난 2월 27일 방송된 KBS스페셜 <종자독점, 세계를 지배하다>에서 몬산토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몬산토가 최초 개발한 유전자조작 종자 ‘라운드업레디 대두’는 ‘라운드업(소탕)’이라는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콩이다. 라운드업의 글리세이트 파생물 특허가 만료되면서 유사 제초제의 대항마로 연구 개발된 GM작물로, 라운드업과 묶여 판매되는 몬산토의 대표적 패키지 상품이다. 
몬산토의 GM종자는 독점적인 종자로 미국의 특허권 보호를 받는다. 농민들에 의해 대대로 물려지던 종자가 기업의 소유물로 전락된 순간, 몬산토는 이러한 종자 특허권을 발판으로 각국의 종묘기업을 인수한다. 한편으로 몬산토는 GM작물의 확대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이미 농업 산업화 단계가 최고 정점을 찍던 미국을 시작으로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중국, 인도 등 대표 농업국가에 GM작물이 확산시킨다. 몬산토는 각종 광고와 언론을 통해 세계 각지의 농부들을 구워삶았다. 하지만 곧 본색은 드러냈다. 

GM작물의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는 몬산토는 농민과 이른바 ‘노예 계약’을 맺는다. 해당 농민에게 종자 재사용을 불허하는 동시에 자사 제초제만을 허용한다. 매년 종자를 구입해야 하는 처지의 농민. 물론 처음에는 싼 가격에 혹했지만 몇 년이 지나 토종 씨앗의 씨가 마르고, 몬산토의 종자와 제초제에 대한 의존율이 높아지면 돌연 종자와 제초제의 가격을 올린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몬산토는 종자의 ‘재사용자’를 색출하기 위해 용역업체를 고용하고 있다. 실제로 마리-모니크 로뱅에 따르면 몬산토는 1998년 475건을 시작으로 2004년까지 매년 500건 이상의 ‘불법 사용’이 적발됐다. 심지어 옆 농가에서 바람에 날라와 자란 GM작물에도 몬산토는 소송으로 대응했다. 2005년 몬산토가 농민을 상대로 소송한 건수도 90건. 받아낸 보상금만 1,525만 3,602달러다. 물론 이것은 빙산의 일각. 몬산토를 상대로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농민이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

‘회전문 인사’, 그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방식  

2009년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의 기업’, 2010년 <포춘>이 선정한 ‘올해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이기도 한 몬산토. 기업의 야누스적인 속성이야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몬산토를 알면 알수록 거대자본이 사회를 길들이는 방식에 짜증이 난다. 
GMO 논란의 핵심은 ‘증명할 만한 과학적 실험이 전무한 상태에 왜 FDA는 변형 유전자를 식품첨가물로 규정하지 않고 GMO를 사전 독성 검사 없이 상품화하도록 결정한 것인가?’다. 마리-모니크 로뱅은 이 과정에 몬산토의 엄청난 로비와 회전문 인사가 개입된 여러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규제기관과 몬산토의 협력을 의심해볼만한 인사가 눈에 띈다. 

린다 피셔 EPA(미국 환경 보호국) 부국장은 퇴임 후 1995년 몬산토 대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으로 임명됐으며 윌리엄 러클샤우스 EPA 국장은 퇴임 후 몬산토 이사회 일원이 됐다. 또한 가렛 밀러는 1989년 몬산토에서 FDA로 자리를 옮겼고, GMO의 상품화에 결정적 공헌을 했던 마이클테일러 역시 몬산토의 대표 변호사였다.  몬산토의 입김은 정관계 로비에만 그치지 않았다.

언론과 학계에도 몬산토는 소위 ‘큰손(한 해 R&D 비용만 연간 12억 달러)’이다. 가령 ‘푸스타이의 GM감자 쥐 실험’에 대한 결말을 보자. GMO 찬성론자들이 주로 잘못된 실험결과의 예로 간주되는 이 실험은 BBC 방송 이후 사회 안팎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다. 그러나 곧 언론을 통해 그의 실험을 부정하는 조작과 비방이 난무하고, 해당 교수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추잡한 소문과 함께 연구소에서 해임된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GMO를 반대하는 연구물의 인쇄를 막고, 언론을 호도하는 한편 내부고발자를 숙청하는 일련의 작업은 과거 몬산토의 전형적인 방식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몬산토의 기업방식과 GMO 안전성 논란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일지 곰곰이 따져 봐야한다. ‘자본’을 쥔 자에게 휘둘리는 사회는 은폐된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GMO라고 해서 그 같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몬산토는 현재도 각종 분쟁을 일으키며 각 나라의 정부와 기관 압박해 GM작물 보급에 사명을 다한다. 게다가 종자특허를 무기로 GMO로 만든 가공식품의 로얄티를 요구하는 움직임까지(2010. 7, 유럽에서는 가공식품의 종자 특허권을 무효화했다) 농업을 포로로 세우는 몬산토의 경영전략은 우리가 되짚어봐야 할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