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물'은 '물'이 아니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
물, 맘껏 먹을 수 있는 날 얼마 안 남았다


어쩌다 단수(斷水)가 되면 온 동네가 비상이다. 물탱크를 얹은 트럭이 도착하면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총동원되고, 걸을 수만 있으면 500㎖ 페트병 하나라도 들고 물 배급 대열에 합류한다. 그야말로 수도꼭지 하나에 삶을 기대고 있는 사람들.

글_ 전제상((사)미래물문화연구소 이사장)





태초에 물이 있어 생명이 잉태되고 오늘날 지구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의 법칙 속에서 조화롭게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다. 지구도, 인간의 몸도 70%가 물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지구, 행복한 인간의 삶을 위해서는 깨끗하고 풍요로운 물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기상이변, 모두 우리 탓이다
물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대자연의 생명력과 정화작용을 통해 만물을 생성하고 기르는 신비함을 간직한 힘이다. 그래서 물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함께 공유하며 공평하게 배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인간들이 저마다의 욕심에 따라 물을 함부로 사용하고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연을 훼손하고 물을 전용한다면 머지않아 물의 순환체계가 파괴되고, 생태계의 연관관계가 깨져 환경재앙이 닥쳐올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벌써 이러한 징후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산업사회 이후 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 왔다. 인구는 1800년에 10억 명, 1900년에 16억 명, 1950년에 25억 명, 2000년에 60억 명, 2050년에 9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산업화와 인구증가로 인한 화석연료 사용의 급격한 증가로 지구온난화현상이 가중되어 20세기 100년간 지구 연평균 지표면 온도는 약 0.4~0.8℃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990년에서 2100년 기간 동안 평균 지표면 온도는 1.4~5.8℃ 정도 오르고, 해수면은 9~88cm 상승할 것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최근 유럽의 겨울홍수, 태국의 대홍수와 국지적 가뭄 등 지구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지구 46억년 역사상 빙하기와 해빙기를 거듭하면서 지구의 자연생태계가 많은 변화를 거듭하여 왔지만, 최근의 사태는 인간들의 무절제한 산업화와 도시화에서 나타나는 인재라고 보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홍수와 가뭄,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물 부족, 그리고 수질오염의 심화는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8초에 1명이 죽어가고 있는 지구
미래의 물 전망에 대해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오늘날 5억 5,000만 명이 물 압박국가나 물 기근국가에 살고 있고 2025년까지 24억 명에서 34억 명의 사람들이 물 압박 또는 물 부족국가에 살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미국 CIA산하 NIC(National Intelligence Council)는 2015년 세계인구의 절반이 넘는 30억 명 이상이 물 부족국가에 살게 될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수질관리의 실패로 세계인구의 20%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 26억 인구가 기본적인 하수처리시설도 없이 생활하여 하천이 오염되고 다시 그물이 공급되는 악순환을 격고 있으며, 공급된 물의 30~40%는 버려지거나 새어나가고 있어 물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 UNESCO는 “물도 기후변화나 환경문제처럼 세계적인 협력과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UN은 지난 세기에 인구는 2배로 증가하고 물 사용은 6배로 늘었으며, 2030년까지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급격한 인구 증가와 식량수요 증가가 예상되어 물 수요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을 예측하면서 물 부족 문제를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서는 물 부족과 지하수오염 등으로 먹는 물 자체가 부족하여 4,5km를 걸어서 물 몇ℓ를 길어오는 장면을 우리는 각종 매체를 통해서 자주 접하고 있다. 현재 물 부족과 물 오염이 원인이 되어 전 세계적으로 연간 400만 명, 약 8초에 1명꼴로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의 5세 이하 영유아가 희생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60억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2억 명은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며, 매일 비위생적인 물을 접할 수밖에 없다. 물 오염의 원인은 병원균뿐만 아니라 화학비료, 농약, 중금속, 오일, 생활폐수 등 실로 다양하다. 이렇게 오염된 물을 음용수나 산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정수처리가 기본인데, 이 지역의 많은 나라들은 기본적인 하수처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천수나 지하수를 그대로 사용하므로 심각한 물 문제를 안고 있다.

나도 살고 그들도 사는 방법
물 문제는 결국 지구 물 순환체계의 악순환을 가져와 지구 생태계를 파괴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UN에서도 이러한 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1992년 11월 제47차 유엔총회에서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선포하였다. 이를 통해 수자원 보존과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안전한 음용수 공급에 각 나라가 최선을 다 하도록 하고 있다.
물은 전 지구적 공유제로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든지 사용할 권리가 있는 동시에 물을 아끼고 깨끗하게 관리하여 건강한 지구 생태계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처럼 개인적 이기주의로 무임승차자(Free Rider)가 되어 모두가 공멸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물을 아끼고 깨끗이 하는 실천자가 되고, 감시자가 되어 아름다운 자연생태계를 지속시키는 것만이 오늘을 살아가는 전 지구인들의 사명이다.



전제상은 (사)미래물문화연구소 이사장이자 충남대학교 겸임교수다. 물과 더불어 청춘을 보냈고 지금도 물에 대한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그. 지구와 인류의 미래인 물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