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첫 번째 연금술_ GMO를 격조 있게 만들기
그들 마음은 콩밭에 가 있고…
파인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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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는 감자고 줄기 끝에 토마토가 열린다는 ‘포마토(Pomato)’를 배우던 그 시절, 그땐 그게 참 멋져 보였다. 인류가 축적한 무한한 기술력에 감동했고, 지구인의 일인으로 극강의 희열을 느꼈다. 장밋빛 21세기를 그리던 당시 아홉 살 소년의 가슴은 요동쳤고, 이제 21세기를 살게되어 이런 글을 쓴다. 

지구상에 GMO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4년. 잘 무르지 않는 탱탱볼 같은 GM 토마토가 FDA 승인을 받으면서부터다. 이듬해부터 유전자조작 콩과 옥수수가 출현해 지구의 땅들을 빠른 속도로 점령해갔다. 때를 같이 해 GMO 안전성 논란이 과학계에 불었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옹호론자들은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반박과 증거들을 내놓았다. 그렇게 16년이 지났다. 진보나 합의는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 사이 멀쩡한 유전자를 가진 작물들은 사라져갔고, 지구의 땅들은 GMO가 차지하여 그렇게 GMO는 식품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태 이게 좋은지 나쁜지도 알지 못한다. 기업과 정부는 식품자급률, 가격경쟁력 등을 내세워 더 많은 GMO의 개발과 상품화에 골몰하고 있다. 

과학과 상식 사이 : 과학적으로 안전하니 믿어도 된다고?
생물 간에는 교배가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종과 종간의 벽’이 있다. 이런 종간의 벽은 자연생태계의 절대적 질서다. 자연은 장대한 기간에 걸쳐 이렇듯 스스로의 생물종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방법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GMO는 자연 상태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종과 종간에 유전자를 이동시켜 종간의 장벽을 허물어트린다. 오히려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어류 유전자를 토마토에 이식하고, 바이러스 유전자를 호박에 삽입하며, 박테리아 유전자를 옥수수에 접합시키고, 소에게 양의 유전자를 넣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든다. 의료용 같은 제한적 목적이라면 모를까 먹을거리를 목적으로 했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지 않을까.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GMO가 인체에 해가 없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꿈의 화학제품’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던, 노벨상 수상에 빛나는 DDT는 어느 날 갑자기 가장 위험한 발명품의 대명사가 되었고, 식물성 불포화지방은 몸에 좋다던 과학자의 말에 속아 무수히도 먹던 마가린은 건강을 비벼먹었으며, ‘기적의 신물질’이라던 석면은 1급 발암물질이 되었다. 오존층에 구멍을 낸 프레온가스는 또 어떤가. 당시 과학기술은 칭송했지만 훗날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확인하지 않았던가. 
안전성 심의를 통과한 GMO가 심의를 거치지 않은 일반 농산물 종자보다 더 안전하다는 일부의 논리는 족발이 무좀이 좋다는 논리와 가깝게 보인다. 그건 내 상식에선 비상식이다. 

곡물과 상품 사이 : 너희가 우리를 구원한다고?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를 두고 부르는 말도 참 많다. 우리말로 풀자면 ‘유전적으로 수정된 유기체’ 정도인데 옹호론자들은 유전자재조합농산물-형질전환작물-생명공학작물 등의 네이밍을 써가며 과학적이고 미래지향적 의미를 불어넣으려 애쓴다. 여하튼 유전자가 조작되긴 된 모양인데 어떻게 조작된 걸까. 
일반인들은 GM작물이 다수확을 위한 조작이라 믿는다. 그러나 실상은 선진국의 농업 환경(대규모 기계식 농업)에 적합하도록 제초제에도 끄떡없고, 독소를 분비해 해충을 죽이는 기능을 하도록 조작된 작물들이다. 사람 손이 덜 가고 기계를 통한 대량재배가 가능한 것이 주안점이다. 
하지만 이 종자를 판매해 이윤을 쌓는 다국적 종자회사는 말한다. 2030년이면 중대한 식량 위기에 직면할 거고, 2050년엔 현재의 식량 생산보다 150%가 증산되어야 인류를 먹일 수 있다고. 현재의 육종기술은 불가능하니 GMO가 대안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현재의 식량부족은 절대량 부족 때문이 아니다. 인구 증가의 지역적 편차와 선진국의 과식, 인간보다 더 많이 곡물을 먹는 가축. 그 가축을 소비하는 육식 중심의 식문화 때문이다. 또 농업선진국들의 덤핑에 가까운 농산물 수출로 인한 식량 수입국의 낮은 식량 자급률 체제, 곡물 다국적 기업의 횡포 등이 맞물려 발생한 것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다. GMO 개발 선도기업인 몬산토의 홍보담당 이사는 이런 말을 남긴다. “몬산토는 생명공학식품의 안전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 우리의 관심사는 최대한 많이 파는 것이다. 식품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FDA가 할 일이다.” 당신이 조금 전 먹은 콩 100% 두유는 곡물일까, 상품일까. 이 회사에 대한 얘기는 다음 칼럼으로 조금 미루자. 

침묵과 침묵 사이 : 요모조모 따져보면 GMO가 아니다?
과학자들이 소모적 논쟁을 하는 사이 2009년 기준 전세계 9,000만 ha에서 재배된 콩의 77%는 GMO 콩이었다. 옥수수 재배면적의 26%, 목화의 49%, 유채의 44%에서도 GM작물이 나고 자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까지 우리가 수입한 옥수수 중 절반 정도가 GM 옥수수. 2007년 100t이던 것이 7,900배 늘어 2010년 8월까지만 79만t이 되었다. 
GMO는 어떠한 검증도 되지 않은 채 선택의 여지없이 매일 먹을 수밖에 없는 식품으로 둔갑해 우리 앞에 와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그래서 마련된 제도가 GMO 표시제다. 우리나라의 GMO 표시규정은 <표1>과 같다.
이제 하나하나 따져보자. 먼저 비의도적 혼입치다. 이 항목은 전적으로 GMO 생산국을 위한 기준이다. GMO를 재배하고 수확해 유통하는 과정에서 GMO와 일반 농산물이 섞일 수 있으니 3%까지는 봐주자는 규정이다. 따라서 GMO가 3%까지 들어가도 Non-GMO 제품으로 팔 수가 있다. 일본의 5%보다는 낮지만 EU의 0.9%에 비해 과하게 높은 수치다. 
또 이 기준에 따르면 식용유의 경우 GMO 콩을 사용해도 GMO 표시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유인즉슨 농산물이 아니라 그것을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이며 제조·가공 후에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간장, 전분, 전분당 등도 따라서 제외된다. 더 큰 문제는 GMO가 원재료 함량이 많은 것부터 다섯 가지 안에 포함되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항목이다. 10%를 쓰건 15%를 쓰건 상위 다섯 가지 안에만 들지 않으면 표시의무가 없다. 
이렇게 예외 규정이 많으니 GMO는 돈세탁되듯 결국 흔적을 감춘다. 마트에서 GMO를 찾기 힘든 이유가 이 때문이다. 2007년 이후 GMO 문제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표시제도 강화를 공언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표1. GMO 표시 내용 및 방법>


표시를 해야 하는 경우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농산물
식약청이 수입 승인한 모든 GM농산물(콩, 옥수수, 유채, 면화, 사탕무)
구분 관리된 농산물
>구분유통증명서 또는 정부증명서 제출
* 3% 이하는 비의도적 혼입치로 인정
가공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GMO 표시대상 농산물을 주요원재료로 사용하여 제조·가공 후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외래단백질이 남아 있는 모든 식품
구분 관리된 농산물을 사용한 경우
>구분유통증명서 또는 정부증명서 제출 
* 3% 이하 비의도적 혼입치로 인정
GM농산물을 사용하였어도
>GM농산물이 정제수를 제외한 함량이 5순위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최종 제품에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외래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
* 간장, 식용유, 당류, 주류 등

※ 식품의약품안전청

epilogue
리비아 사태가 터진 날 이런 생각을 했다. ‘기름값이 얼마나 더 오르려고, 물가도 곧 오르겠구나…’.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채소값이 요동치고 휘발유 가격이 미쳤다는 뉴스를 접해도 놀라지 않고 담담해질 준비를. 
인간은 누구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늘을 산다. 따라서 그 오늘은 곧 불어닥칠 무언가를 준비하고, 불편하지만 참아내는 날이 되는 것이다. GMO는 정확히 그 지점을 파고든다. “아프리카 아이들 굶어죽는 거 안보여? 우리 없으면 당신 자식들도 그렇게 돼. 그러니 잔말 말고 먹어.” 포마토를 배우던 그 시절이 그립다. 



2010년 세계 GM작물의 재배면적은 1억 4,800만 ha임. 이는 2009년 대비 1,400만 ha (10%)가 증가한 것으로, GM 작물이 처음 상업화된 1996년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증가다. 


 

실험자 2016-09-18 22:55:23 0

퍼가도 돼나요?

월간비건 2016-09-18 23:01:24

출처만 제대로 밝혀주세요. 채식, 동물보호, 착한소비, 환경보호를 함께 생각하는 월간비건 www.begun.co.kr 링크도 걸어주시면 더욱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