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ken & egg game

chicken & egg game
 
닭이 먼저
예비 양계업자를 위한 닭 사육 가이드
 
알을 위한 삶과 살을 위한 삶, 닭의 생은 그리 둘이다. 이 글을 보는 이 중 혹 양계업을 꿈꿀 사람이 있을지 몰라 닭 키우는 법을 정리해봤다.
 
글 / 김태혁, 디자인 / 허준범
 
꿩은 꿩꿩 울어 꿩이고, 둘레길은 둘레둘레 걸어야 제 맛이라 둘레길이다. 이름이 곧 정체성이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할 것 없이 닭은 닭이고 달걀은 달걀이어야 마땅하건만, 오늘날 닭은 생산자에 의해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정체성이 바뀐 것이다. ‘달구’라서 ‘닭’인 닭은 그 오롯한 뜻을 버리고 ‘구이용’과 ‘산란용’으로 불리는 아, 슬픈 계명(鷄名).

오븐 속 그릴을 ‘브로일러(broiler)’라 한다. 구이용 닭도 브로일러(broiler)다. 영어로 층, 겹을 뜻하는 ‘레이어(layer)’. 알을 위해 길러지는 닭이 또 레이어(layer)며, 그 말처럼 그 닭은 층층이 겹겹인 케이지에서 길러진다. ‘chicken’ 대신 ‘구이용’과 ‘산란용’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고 생명이 아닌 식품이 된 것이다. 미국만 그럴까. 다음은 우리나라 축산기능사 필기시험 기출문제.
 
43. 시장에서 유통되는 육용계의 종류 중 암수를 구분하여 매매하는 닭은?
가. 브로일러 나. 햇닭
다. 세미브로일러 라. 영계
 
Notice_ 키우기 전에 알아야 할 것

 

효율이 제일이다. 에디슨이 그랬던 것처럼 병아리 한 번 까보겠다고, 그것도 생명이라고, 웅크릴 마음이라면 애초부터 창업의 날갯짓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효율이 제일 중요한 시대 아니던가. 패스트푸드점에 빠른 음악을 틀고 종업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 알지 않는가 말이다. 회전율이 곧 돈임을. 손님들이 빨리 빨리 돌아야 매출이 눈덩이 굴리듯 불어 매출의 정점을 찍고, 우리는 닭의 살과 알을 목적했기에 어떻게든 1.5kg으로 빨리 키워야 한다. 산란계는 그저 알 낳는 기계일 뿐임을 명심해야겠다. 그래야 수익이 올라가니까.

효율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닭이 울면 새벽이 온다’는 식의 낭만적 표현은 닭을 키우는 입장에서 입에 올려선 안 될 말이다. 인과관계를 따져 봐도 새벽이 오기 때문에 닭이 우는 것임을 절대 잊지 말자. 닭은 어떠한 결정권도 없으며, 내 삶과 닭의 주인은 나임을 한순간도 망각치 말자. 효율이 최고임을 숙지했고, 닭과 달걀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싹텄다면 이제 한번 키워보자.


 
 

Mission 1_ 두 달 완성, 브로일러 키우기 혹은 고기 만들기

요리가 불과의 싸움인 화전(火戰)이라면, 브로일러는 조명전(照明戰)과 속도전(速度戰)이다. 닭은 빛에 예민한 동물. 꼭 해가 있을 때만 먹이를 먹는 습성이 있으니 빛만 잘 조절하면 빠른 시간 안에 병아리를 닭으로 살찌울 수 있다. ‘병아리’를 ‘상품’으로 ‘만드는데’ 드는 시간은 대략 33일 정도. 15년 이상을 사는 닭을 33일 만에 성체와 유사하게 만들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다음을 추천한다.
 
종야(終夜)점등법 : 입추(농장에 병아리들이기)부터 출하까지 계사 내부에 계속 불을 밝혀주는 점등법. 우리나라 대부분의 육계농장에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가장 간단하고 편리하지만 폐사, 이상도체 발생이 높아지는 문제점이 좀 있다.

점증(漸增)점등법 : 초기에는 자연일조 조건과 유사하게 사육하다가 점차 점등시간을 늘려 보상성장을 유도하는 방법이라는데 아래의 표처럼 하면 된다. 참고로 이 사육법은 평균 33일을 키워 1.5㎏의 닭을 출하하는 기존방식과 달리 7~10일 더 키우면 2.7㎏ 정도의 대형 브로일러를 만들 수 있어 농진청이 추천하는 방법임.
 
<점증점등법의 점등시간과 강도>
구분 1일 조명시간 광도(lux)
1기(0~4일) 23시간 15
2기(5~17일) 자연일조시간 10
3기(18~22일) 18시간 5
4기(23~출하일) 23시간 5
 
출처 :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단, 브로일러는 초고속 성장하는 몸집을 심장과 폐가 따라잡지 못해 탈이 나기도 하고 산소부족 등의 이유로 복수증에 잘 걸린다. 폐사율이 아무리 낮아도 3%를 상회하니 넉넉하게 3.3㎡ 당 70마리로 계산해 키우면 되겠다. 급격히 늘어나는 몸무게를 뼈가 지탱 못해 부러지거나 다리를 절기도 하지만 걱정 말자. 장애는 살아 있는 동물에게나 문제되지 고기로 팔릴 때는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아! 닭 출하 30시간 전에는 절대 모이 금지다. 과학자들의 입체적 분석에 따르면 그 모이는 살로 가지 않고 소화기관에 고스란히 남는다고 하니 첫째도 비용절감, 둘째도 비용절감.
 
Mission 2_ 레이어로 황금알을 낳아보자

산란계인 레이어는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먼저 알고 시작하면 좋겠다. 조명점등법도 브로일러보다 까다롭고, 병아리 단계에서 일일이 부리를 잘라주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당연히 산란능력이 생기는 생후 5개월까지는 수익도 낼 수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수탉은 알을 낳지 못하니 암평아리가 필요하겠다. 우리나라엔 구체적 통계가 없지만 미국의 경우 매일 50만 마리의 수평아리가 감별에 의해 ‘분리수거’된단다. 우리나라 병아리감별사의 능력이야 세계에서 알아주니 버려지는 수는 몰라도 불량은 미국보다 낮지 싶다.

레이어는 케이지에 넣어 기르는 것이 효율적인데 보통 90.9cm x 44.2cm x 41.5cm(가로·세로·높이) 정도 되는 케이지에 3마리를 수용한다. 이것을 7, 8층 쌓아 기르는 추천되는데 어디까지나 추천일 뿐 마리수는 사장님의 판단에 따라 조절 가능하겠다. 태어난 지 일주일쯤 되면 불에 달군 가위로 부리를 잘라줘야 하는데 이유는 두 가지. 밀집사육으로 인한 스트레스 탓에 닭들은 서로 쪼는데 이때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함이 첫 번째요, 알맹이를 좋아하는 닭의 습성에 역행해 가루 형태의 값싼 사료를 먹도록 강제함이 그 두 번째이다. 

5개월을 그럭저럭 살아 산란을 시작하면 이제부터 일년간 바짝 돈이 된다. 마리당 연간 250개 쯤 산란을 하니 손익을 꼼꼼히 따져 사육마리수를 결정하자. 일년이 지나면 산란율이 떨어지는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인공조명을 통한 ‘강제 털갈이(force moulting)’라는 방법으로 산란율을 높일 수 있으니. 소개하면 이렇다.
 
조명이 없는 어두운 곳에 닭을 가둔다. -> 15일을 굶기고, 처음 이틀은 물도 주지 않는다. -> 굶주린 닭의 털이 빠지면 불을 켜준다.
 
시련을 이기고 살아남은 닭들은 털갈이를 하고, 이후 두 달 동안 더 높은 생산성을 유지한다. 단, 이 방법은 두세 번만 유효하니 이후에는 도계장으로 닭을 파는 게 경제적이다.
집단사육으로 인해 닭장 위로 배설물이 차곡차곡 쌓이고, 암모니아 냄새로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며, 운동부족으로 골다공증에 걸려 다리를 절기도 하지만 크게 걱정 말자. 21세기에는 20세기보다 뛰어난 항생제가 있으니.
 

 
 
<축종별 항생(항균)제 판매실적>
구분
 
구분 연도별 항생제 판매실적(kg)
2008 2007 2006 2005 2004 2003 2002
99,291 121,254 118,889 111,974 97,450 107,588 128,993
돼지 661,530 874,305 835,825 831,319 770,728 818,358 879,047
256,272 280,499 281,797 334,937 282,152 347,538 346,561
수산용 193,523 250,655 221,297 275,252 217,681 165,049 186,672
1,210,616 1,526,713 1,457,808 1,553,482 1,368,011 1,438,533 1,541,273
 
출처 : 국립수의과학검역원



 
 
 
흔히 머리 나쁜 사람을 닭대가리라 한다. 그러나 닭은 90마리까지 구별할 줄 알고, 그 안에서의 서열을 구분하는 머리를 지녔다. 현대의 닭은 50년 전 그들보다 세 배나 빠르게 자라면서도 사료는 1/3밖에 먹지 않는다. 그 닭의 살과 알을 먹으며 무탈하기를 바라니 누가 더 닭대가린다. 그래서 암탉은 동화처럼, 영화처럼 마당으로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