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


길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리 주변엔 항상 '도둑고양이'라 불리는 고양이들이 있었습니다. 도둑고양이의 이미지는 몰래 부엌에 들어와 생선을 훔쳐가거나 어두운 밤길에 갑자기 나타나 사람을 놀라게 하고, 기괴한 울음소리로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동물. 대체로 불길하고 재수  없다는 것이었죠. 이 도둑고양이라는 부정적인 이름은 최근 길고양이라는 좀 덜 부정적인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면 바뀐 이름만큼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바뀌었을까요? 대답은 슬프게도 아닙니다. 여전히 길고양이는 밤길의 불청객이요, 괴소음의 주범이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병균을 옮긴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습니다. 길고양이의 존재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하고, 직접적인 제거에 나서기도 하면서길고양이가 길에서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글 째째맘('냥이네' 카페지기) 사진 째째맘 냥이네

 

쥐 없는 고양이, 길냥이 되다

대체 길고양이는 왜 이렇게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으며 도시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고, 우리는 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할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길고양이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인간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자의든 타의든 야생동물을 길들여 가축화시켰습니다. 수렵·채취시대가 끝나고 농경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간은 추수한 식량을 저장해두기 시작했고, 당연히 저장해둔 식량주변엔 쥐 등의 작은 초식동물들이 서식하기 시작했지요. 그에 따라 야생고양이도 사냥감을 찾아 인간 주변으로 몰려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고양이가 쥐 등으로부터 자신의 식량을 지키기에 유리한 동물이라 생각한 인간은 고양이의 가축화를 시도했고 그렇게 고양이는 인간 곁에 머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무리생활을 하는 개와는 달리 단독생활을 하는 고양이는 성체가 되면 독립하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을 낳아준 어미로부터의 독립이기도 하지만 함께 살았던 인간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사실입니다. 왜냐면, 고양이의 그 독립성이야말로 인간이 고양이를 완전히 가축화하지 못하게 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길고양이로 존재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이니까요. 그렇게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하는 내내 수없이 많은 고양이가 인간에게 붙들려 길들여지고, 또 수없이 많은 고양이가 인간으로부터 도망가 야생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집고양이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길고양이 역시 항상 존재해왔습니다.
아마도 고양이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고, 자유롭게 풀어 키우던 과거에는 길고양이가 인간에게 크게 의미 있는 존재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길고양이든 집고양이든 구분 없이 그저 고양이였고 고양이는 식량을 축내고, 나쁜 병을 옮기는 쥐를 잡는,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쥐떼가 마을의 식량창고를 휩쓸고, 집안의 부엌을 넘보는 일이일상이 아닌 것이 돼버린 현대에 이르자 고양이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지요. 인간의 무릎에 앉아 조는 것이 임무인 애완, 그 이상의 존재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애완의 임무조차 부여받지 못한 길고양이는 더는 인간에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생존권마저 박탈당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사람이 만든 일, 사람이 감당해야 한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사람으로 인해 벌어진 일의 책임을 동물들에게 떠넘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심의 비둘기가 그렇고, 겨울철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오는 멧돼지가 그렇습니다. 농가소득 증진을 위해 도입했던 많은 종의 동물들이 기대했던 수익을 내지 못 하면 다시 야생으로 내몰립니다.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등이 대표적이죠. 굶주림에 못 이겨 민가로 내려왔다 사살당하는 멧돼지를 보면서 부당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으신가요? 광장의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일조차 법으로 금지시키는 걸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왜 인간이 저지른 일의 대가를 동물이 굶주림과 죽음으로 갚아야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물론 길고양이를 비롯해 비정상적으로 개체수가 증가하는 야생동물에 대해 방관하자는 건 아닙니다. 일부 지역, 동물에 따라서는 분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다만, 살상이나 몰살 등의 일방통행적인 방법뿐인지 고민해보자는 것입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생명에 대해서는 그 생명의 가치를 인간중심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공존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찾아야 하고, 사람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감당해야합니다. 적어도 우리는 그들의 존재가 우리 책임임을 깨닫고, 삶의 터전을 공유하는 생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배척과 학살이 아니라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밥 주기와 불임수술
길고양이는 작은 몸 하나 숨길 곳 없는 아스팔트길을 밤새 먹이를 찾아 헤매는 연약한 생명입니다. 쥐들은 사라졌고 새도 없습니다. 사람의 발소리를 피해 숨어야 하고 달리는 자동차는 매순간 목숨을 위협합니다. 물이 흐르던 작은 냇가는 시멘트로 덮인 지 오래입니다. 그나마 허기를 달래주던 음식쓰레기는 딱딱한 플라스틱 통에 담겨버렸습니다. 태어난 지 2개월밖에 안된 새끼고양이는 사냥하는 법을 배우기보다는 취객의 토사물을 먹는 법을, 쓰레기 봉지에서 고기국물 닦은 휴지조각을 뜯어먹는 법을 배웁니다. 어느 날은 주린 배를 참지 못해 돌멩이를 주워 먹기도 합니다. 인간으로 인해 존재하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는 길고양이에게 인간세상은 너무나 가혹한 곳입니다. 
길고양이들은 항상 목 마르고 배가 고픕니다. 스스로 번식을 억제할 수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길고양이에게 밥을 줍니다. 그 아이들의 굶주림을 외면 할 수 없어서입니다. 그러나 그 ‘소박한’ 구호행위조차 비난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는 되려 길고양이를 위험에 빠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는 겨울철 철새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산속 동물들에게 먹이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구호행위입니다. 길고양이의 존재가 탐탁지 않더라도 밥 주는 캣맘들을 비난하지는 마십시오. 캣맘들로 인해 길고양이가 더 많이 번식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문제들이 야기되는 것도 아닙니다. 늘어나는 개체 수로 인해 생활에 불편이 있다면 각 지자체로 길고양이 불임수술을 신청해주세요. 최근 들어 많은 지자체들이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일방적인 안락사가 아니라 번식을 억제하는 불임수술 프로그램(TNR)을 실시하고 있고, 이 프로그램은 살아 있는 길고양이의 생존권은 보장하면서 과도한 번식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발정기 발생하는 울음소리로 인한 피해도 줄일 수 있습니다.

길냥이 캣맘 3대 원칙
그리고 길고양이 밥을 주시는 분들은 아래와 같은 기본원칙은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책임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주고 싶다고 주고, 주기 싫다고 혹은 줄 수 없게 되었다고 주지 않을 바엔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길고양이도 나름의 생태가 있는데 밥을 준다는 것은 인위적으로 그 생태에 개입하는 일입니다. 밥을 줘서 생존력을 높이고 길들여 놓고는 어느 날 갑자기 끊어버린다면 그건 길고양이의 자생력을 상실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든, 환경적인 문제든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한도를 생각하고 그 한도 안에서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때 밥 주기를 시작하세요. 그럴 자신이 없다면   비정기적으로 불특정 장소에 굶주림을 모면할 정도의 밥만을 주세요.
둘째는 앞서 말씀드린 불임수술 프로그램을 꼭 실시해 주세요. 밥을 주기 시작하고 1~2년 안에 밥 먹는 고양이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납니다. 개체 수 증가는 경제적인 부담, 민원발생, 고양이 건강에도 위해가 되므로 밥 주는 고양이들은 반드시 불임수술을 시켜주세요.
셋째,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가졌거나 난치성 질환에 걸려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길고양이는 구조해야 합니다. 치료 후 다시 길로 돌아가 살 수 있는 고양이는 방사를 하되 그렇지 못한 고양이는 돌봐줘야 합니다. 

한 나라의 문화척도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유독 고양이에 대해 거부감이 강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의 길고양이보다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의 삶은 힘겹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길고양이가 인간보다 강자일수는 없습니다. 우리보다 약자일 수밖에 없는 길고양이. 우리가 작은 불편을 감수하고 ‘소박한’ 배려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땅의 길고양이들 삶은 보다 편안해질 것입니다.



째째맘 직업은 만화가, 멍멍이 세 마리와 야옹이 사십 마리의 엄마. 다음 <냥이네> 카페지기, 부산동학방 운영위원, 부산시 동물보호 명예감시관. 
<냥이네>는 1999년 8월 개설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양이 커뮤니티로 회원수가 17만 명 가까이 된다. 애묘문화가 전무했던 개설 초기부터 길고양이 구조활동을 해왔고  ‘생명의 집’이라는 사설 보호소를 돕고, 혜성이와 깨비라는 길고양이를 구조해 치료하면서  ‘냥이네 후원란’이라는 길고양이 구조 시스템의 기초가 만들어졌다. 이후 정식으로 후원란이 출범하면서 길에서 사고를 당해 후지마비, 중증의 장애를 갖게 되거나 혹은 난치성 질환을 가져 대부분 안락사될 수밖에 없는 길고양이를 중심으로 구조·보호활동을 하고 있다.
‘냥이네 후원란’의 가장 큰 의미는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병원에서 케어가 불가능하다고 안락사시켰던 후지마비 고양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하고 케어하여 그 아이들도 비장애 고양이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후지마비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살리는 데 기여한 것이다. 지금은 많은 집사님들이 뒷다리를 못 쓰고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지금도 ‘냥이네 후원란’에는 60여 마리의 고양이가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 


‘냥이네 후원란’에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을 보내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535-193344 원주연 (robeverte)